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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2. 퇴사 통보 멘트부터 퇴사 당일까지 준비 과정

by hu_am 2024. 7. 28.

지난 글에서는 환승이직이 아닌 생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후회되는 부분을 나눠보았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1. 환승이직이 아닌 생퇴사를 결심하다.


이어서 퇴사 통보 및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입사보다 퇴사가 더 어려웠다. 퇴사를 말하는 순간 되돌릴 수 없고, 회사 내에서 퇴사예정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았다. 또 소심한 성격 탓인지 퇴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회식을 하고 친목을 쌓는 것도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나처럼 퇴사 통보를 해야 하는데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퇴사 통보와 준비 과정은 중요하다. 지금 회사 사람을 밖에서 어떻게 만날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좁다. 새로운 곳에 면접 보러 가거나 입사했을 때, 전 직장 동료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우연이 아니더라도 외국계 기업이나 사람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스타트업은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업계가 좁다면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외적인 이미지 측면 외에도 회사 동료들이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오히려 퇴사 후에 더 돈독해진 인연이 꽤 있다. 회사와 직급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져서일까.

 

 

퇴사 통보 기간 및 주의 사항


그렇다면 퇴사 통보는 얼마 전에 해야 할까? 퇴사 통보 기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텐데 법적으로는 당일 퇴사도 가능하다. 30일 전에 퇴사 통보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에 30일 전에 퇴사 통보를 해야 한다고 적혀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에 예고 기간이 필요할 뿐,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둘 때의 예고 기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강제 근로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근로계약서보다 법적 우위에 있으므로 당일 퇴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근로계약서에 내용을 기반으로 당일 퇴사가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쳤을 때는 민사 소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의 퇴사로 몇 억짜리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당일 퇴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당일 퇴사 요청은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입사한지 3개월 이상이 지나서 본인이 맡은 일이 있다면, 약 30일 정도 후임자를 구할 기간을 주는 것이 도의적으로 좋다. 앞서 말했던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가 위협받는 상황은 예외이다. 가스라이팅이나 성 관련 문제, 개인적인 심신의 질병이 있다면 본인을 먼저 챙기는 것이 맞다.



퇴사를 결심했다면 통보를 해야 한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1. 선임자에게 먼저 퇴사 의사를 밝히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선임자와 팀장보다 동료나 후임에게 퇴사 소식을 먼저 알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말 가까운 동료에게 고민 상담을 할 수는 있지만 퇴사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운해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면 선임에게 통보하기 직전에 말하자. 그리고 입단속을 시키자. 아무리 입단속을 해도 조직 내에 소문은 나기 마련이다. 그 소문이 적어도 선임과 팀장 그리고 그 윗직급이 알고 난 후에 나도록 하자. 조직마다 직급 구성이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선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팀장님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위로 보고가 되며 진행이 되었다. 물론 회사 사람들 대다수가 암암리에 나의 퇴사 소식을 알게 됐다.

2. 적정 선에서 퇴사 사유를 밝히기
퇴사 의사를 밝히면 가장 먼저 이유를 물을 것이다. 의례적이기도 하고 업무 분장 등으로 조율이 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어려워서 퇴사까지 결심하게 되었지만 선임자나 팀장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보고도 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가르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퇴사 사유를 준비해 가자. 애매하게 말하면 시간만 끌고 원하는 날짜에 퇴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너무 비판적인 퇴사 사유는 피해야 한다. 팀장이 일을 못할 수도 있고, 사수의 성격이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봤자 사람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그 사람과 계속해서 일할 마음이 있을 때나 시도해야 할 방법이다. 퇴사를 결심했을 때는 관계적인 이슈보다는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사유를 말하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한 것은 업무 경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b2b 마케터였다면 b2c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동일 업종 동일 직무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현회사와 새로운 회사의 작은 차이라도 말하면 된다. 다 애매하다면 적성에 안 맞는다고 해도 된다. 보통 성장을 하고 싶은데 그 성장을 회사에서 이뤄주기 힘들 때 쉽게 납득한다. 포인트는 확고함이다. 본인의 마음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로 말하면 자꾸만 고민해 보라고 하고 퇴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3. 퇴사 희망 일자 제시하기
위와 같이 선임자에게 적당한 사유를 곁들여서 퇴사 통보를 하면 희망 일자를 묻는다. 이 부분은 인사팀과의 면담에서 묻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중요한건 단호함이다. 퇴사할 때만큼은 강단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퇴사 희망 일자는 회사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환승이직을 하게 된다면 더더욱 명확하게 밝혀서 이직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생퇴사를 하는 경우에도 정확한 날짜 지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회사도 급한 마음에 나의 후임자를 구할 것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은 남은 연차 소진 방법이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퇴사 후에 남은 연차를 소진해도 되는 것인지 확인해 보자. 만약 그렇다면 최종 퇴사일자는 퇴사 후 연차 소진을 완료한 일자가 될 것이다.

 

 

퇴사 통보 멘트


통보 멘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넓은 사무실에서 할 수는 없으니 말할 대상을 회의실로 불러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해당 시간에 괜찮으신지 묻고 회의실을 예약해두었다. 그 외에는 회의가 끝난 직후 회의실에서 팀장님을 붙잡아도 된다. 그렇게 자리가 마련됐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갑작스럽게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언제까지만 근무하고 싶다"라는 말로 시작하면 된다.

고단했던 퇴사 통보가 끝났다면 퇴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걸 준비해야 할까? 먼저 회사와 나를 위해 업무 매뉴얼을 작성해 두자. 표면적으로는 회사를 위한 것 같아서 귀찮을 수 있지만 사실 본인을 위한 것이다. 상세하면 상세할 수록 좋다. 후임자가 그것만 보고도 어느정도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작성해두자. 매뉴얼을 작성하면서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볼 수 있다.

 

 

퇴사 준비 과정


퇴사 통보를 하고 나면 일이 하나씩 사라진다. 너무나 즐거운 일이지만 그에 비례하게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이때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면 눈치도 안 보이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면서 나의 경력기술서를 미리 작성해 볼 수 있다. 퇴사 후에 작성하려면 헷갈리고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직 시에 경력기술서는 어필 포인트이므로 함께 작성해 두자. 세 번째 이유는 퇴사 후 연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후임자 입사 기간과 겹쳐서 인수인계를 한다 해도 모든 것을 알려주긴 어렵다. 업무매뉴얼은 인수인계를 수월하게 하기도 하고, 문의 연락을 방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끝이 좋아야 좋게 기억된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일에 지장이 없게 준비해 두고 나오면 향후 레퍼런스 체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업무 매뉴얼 작성이 완료되었다면 미리 필요한 서류를 요청해두자. 이직을 하거나 연말정산을 할 때 필요한 서류말이다. 아무리 관계가 좋았어도 퇴사 후에 인사팀에 연락하는 것은 조금 껄끄럽다. 일정 시점이 되면 회사 측에서도 퇴사 관련 서류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때 내가 필요한 서류도 함께 요청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퇴직금지급명세서, 경력증명서, 연봉계약서를 요청해서 챙겨두었다.

짧든 길든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낸 곳이니 가져온 짐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최소화했었는데도 모아보니 많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처럼 퇴사 당일 큰 박스에 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퇴사 당일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서 미리 조금씩 챙겨갔다. 이 외에는 친분이 있던 동료들과 식사를 하며 잘 마무리하면 된다.

다 적어보니 당시에는 왜 그렇게 걱정을 했었나 싶다. 자발적 퇴사는 처음이라 그런지 크고 작은 것들이 다 신경쓰였다.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서 다행이다.

다음 글에서는 환승이직을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써보려 한다.